학술지 투고 논문의 심사 절차와 기간

book올해 분과학회의 편집간사라는 것을 맡게 되었다.

간사    [幹事] 【명사】
(1)    어떤 단체나 모임의 일을 맡아 주선하고 처리하는 직책. 또는 그 직책에 있는 사람.
(2)    일을 맡아 주선하고 처리함.

간사.. 간사..
쉽게 말하자면 편집위원회로 오는 모든 일은 나를 거쳐간다.

의국에서 1년차정도?
게다가 동기도 없는 나홀로 1년차.. 딱 그 수준이다.
모든 일은 나를 통해서 지나간다…
위원장님이 계시긴 하지만, 나랑은 업무가 다르다.
나와 함께 일하는 우리의 smart한 의국 비서분 역시 계시다. 이 분은 routine job들에 대한 빠른 응대와 심사 준비를 위한 자료를 유지하는 일, 그리고 심사비 지급과 각 저자와 심사위원에게 지속적으로 push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빠르게 수행해 낸다.

아무튼.. 학회의 중대한 일을 맡게 되니 공부할 일도 많아지더라.. 이래저래 사이트 다니고, 문의하고, 책끼고 공부하게 되고..

일단, 각설하고…
논문의 투고와 게재 사이를 맡아서 하는일이 내 일이다 보니.. 이래저래 많이 치이고, 불평들도 모두 나에게 날아온다. 나 역시 그랬다. 논문은 투고하면 알아서 심사해주고, 알아서 게재해 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투고에서 출판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는지 안다면.. 그렇게 쉽사리 불평하면 절대 네버! 안된다.

일단 학회지가 나오기 위하여서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려주겠다.

[]안의 내용은 소요시간이다.

1. 투고 [5분~3일]

투고를 받게 되면 일단 내가 읽는다.
투고 규정은 잘 맞추었는지, IRB도 잘 통과했는지 등 적합성 유무를 판단한다.
대부분은 합격.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저자에게 자료 보완을 요청한다.

2. 편집위원 지정 [대략 1일]

심사위원을 지정해 주실 편집위원을 지정한다.

3. 심사위원 지정 [대략 1주일]

지정된 편집위원께서 심사해 주실 심사위원을 지정한다. 편집위원회에서는 심사가 가능한지에 대해 메일을 드리고 답변을 주시면 심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분야가 많이 다르고, 시간이 안 맞을 경우에는 반려해 주신다. 그러면 다시 편집위원회에서는 다른 가능한 분을 찾아 연락드린다. 의외로 오래 걸릴 수도 있는 기간이다.

4. 심사위원의 심사 [1달]

심사위원 분들께는 2주안에 해 달라고 연락하고 푸쉬하지만 그 안에 오는 아름다운 경우는 많지 않다. 심사위원 분들 역시 그들 본연의 job이 있으시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보통 2주 정도 지나면 다시 연락을 드린다. 우리 학회지의 경우 3분의 심사위원께서 심사를 해 주시기 때문에 이 분들의 심사결과를 모두 취합하기 위해서는 제일 늦게 심사 결과를 주시는 분의 타이밍에 달려있다.

5. 심사 결과의 분류. 심사결과 통보

심사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

1) 무수정통과
2) 편집위원회 수정 통과
3) 저자수정 후 통과
4) 저자수정 후 재심사
5) 재투고
6) 투고불가

1,2번의 결과를 받게 되면 이때부터는 영문 교열작업이 진행된다.
3번은 저자가 수정하여 수정본을 접수하면 진행된다.
4번은 심사 과정이 또 소요되므로 수정본 제출 후 1달을 추가한다 생각하면 된다.
5,6번은 우리 학회지에서 다시 볼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는 논문들이 된다.

6. 영문 교열 [2주]

영문 교열을 보내고 회신을 받는다. 이 부분은 대부분 편집위에서 진행하므로 저자분들은 신경 안 쓰셔도 된다.

7. 모인 원고들을 출판사에 전달 [1달]

일정 기간동안 모인 원고를 출판사로 전달하면 한달여간 출판사에서는 편집 과정을 거치고, 교신 저자와 연락하며 교열을 한다. 이 과정에서 투고비와 같은 비용도 출판사에 결제되고 한다.

8. pdf파일이 편집위원회로 전달 [2주]

편집된 파일을 각각의 편집위원들에게 전달하여 오탈자 수정. 논문의 오류 역시 최종 점검.

9. 최종 교정본으로 수정 후 학회지 발간 완료

완성된 PDF파일을 학술진흥재단의 홈페이지에 업로드 하는 등의 과정이 추가적으로 있다. 이는 편집위 고유업무.

자, 투고하는 입장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은 일단 1번부터 5번까지의 과정이다.
일단 게재확정만 되면 나머지 부분은 어떻게든 진행이 되게 마련이다.
그럼, 얼마나 소요되는거지?
계산해보면… 한달 열흘정도? 라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문제는 여기부터이다.

내가 투고한 논문이 단박에 무수정 게재로 된다면 좋겠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전공의 선생님들의 경우 논문을 처음 써 보게 되는데, 이렇게 투고하는 논문은 더더욱 그러하다.
교신 저자분들께서 열심히 봐 주시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빠지는 부분이 많이 있게 마련이다.

심사 보내고, 수정하고, 또 다시 보내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 적어도 2달, 보통은 3달 정도 잡으면 된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6~9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내가 투고한 논문의 인쇄본을 언제 받아볼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함은 대략 5개월 정도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편할 것이다. 실제로 5개월 전에 투고하라고 명시한 학회지가 있는 곳이 있기도 하다. 이보다 빠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리]
게재확정까지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투고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인쇄본 받아볼 때까지는 투고 시점으로부터 5개월

그러니 제발 푸쉬한다고 이래저래 연락하고, 안되었다고 항의메일 보내지 말고, 일단 기다리는 게 정신건강에 유용할 듯 싶다.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슬며시 물어봐 주시라. 괜히 높은 분들 통해서 이상한 메일 전달시키지 말고…

너무 편집자의 입장에서만 적은 것이 아닐까 싶지만, 나 역시도 투고한다.

지난 5월에 게재 확정받은 논문이 아직 출판사로 넘어갔는지 행방도 묘연하고,
6월에 투고한 논문은 심사위원에게 넘어갔는지 역시 묘연하고,
6월에 투고한 다른 논문은 아직 1차 심사중이라고만 뜨고 있다.

기다림의 미학.. 논문이란 그런 것 같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